어느날, 우리집 해파리가 사라졌다. - 분명 엊그제까지만 해도 잔잔히 만들어진 파도 어항에서 유유히 유영하던 나의 해파리. 오늘 집에 퇴근하고 와보니,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마치 처음부터 아무것도 있지 않았던 어항같았다. 누군가 우리집 해파리를 탐내어 유괴한걸까. 아니면 해파리가 어항을 탈출해 어딘가에 숨어있는걸까. 늘 우리집에 오면 해파리 냉채하면...
그에게 있어 삶은 그저 비참한 것 일 뿐이었다. 삶에 대한 애착은 있어봐야 가히 말 할 수 없는 기분만 들게 될 뿐이었고, 그 기분은 곧 자신에 대한 혐오로 이어졌다. 그는 자신의 삶이 언젠가 물에 불려져 찢어질 종이 나부랭이와 같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종이 나부랭이에는 자신의 이름 석자 조차 써있지 못 할 것이라고 매번 생각할 뿐 이었다. 삶이 인생과...
현성은 가끔씩 멍해질때가 생겼다. 회사에서 업무를 보다가도, 결제서류에 싸인을 하려다가도, 화장실에 가려다가도. 문득, 가슴 한켠이 쿱쿱해지는 느낌에 심장이 아려오기도하고. 무슨 느낌인지, 인식조차 못한채, 지나가겠거니. 그러다 하루는 약주를 하고 집에가는데 차창 너머에 눈에 익은 작음이 보여 조금 올라오는 취기를 털어내고 기대고 있던 몸을 일으켜 차창을 ...
영수는, - 늘 생각해왔다. 뭣도 아닌 사람이, 세상에 나오려면 작은 씨가 백미터 지하에서부터 싹을 틔우고 나오는 것과 별반 다를게 없다는 사실이 조금은 가혹하기도 하다는 생각. 영수는 자신의 열여덟번째가 되던 해에, 그 생각을 그만두었다. 그저 뭣도 아니면, 열심히라도 살아보라고. 제대로 살지 못할거면 구색은 하고 살라고. 스스로를 다독이려, 막내의 작은...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갈라지는 날이 올때가 있었다. 그럴때마다 호랑이는 세번씩 크게 울부짖었다. 그러면, 산속동물들은 하늘로, 땅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호랑이는 자신의 할 일을 다했다는 듯, 눈을 감고 자신의 털을 빗질했다. 마지막 꼬리를 혀로 빗질할때면, 하늘이 무너져 내리고, 땅이 부서져 내렸다. 세상의 끝과 세기의 말은 이렇게 호랑이의 울부짖음과 빗질...
. 오래 전, 현성은 자신의 아버지와의 면회에서 아버지가 자신에게 했던 말을 기억해 본다. . "네 피는 너무 차디 차다. 그래서 너 조차도 결국 구덩이에 처 박히겠지." 현성은 저 감방안에서 늙어 썩어가는 노인네가 할 말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기분 더럽지만, 당신 피가 곧 내 피 아니야? 생각이 짧으시네요, 아버지." 현성은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면회에...
. 작은 체구의 영수가 들어서자 간부들은 수군대며 개중에는 살짝 비웃는 이도 있었다. "다들 정숙해 주시길 바랍니다." 영수는 그 상황이 너무 낯설어 견디기 힘들었다. 그때, 현성이 구둣발 소리를 내며 회의실에 들어왔다. 그러자, 간부들은 일제히 기립했고 현성은 당연하다는 듯이 자연스럽게 가장 큰 의자에 앉았다. 그러자 다시, 간부들은 현성을 따라하기라도 ...
"들어가세요. 다들 기다리고 있을겁니다." "아..." 영수를 회의실 문 앞까지 데려다준 남자는 여전한 표정으로 영수에게 말했다. 영수는 남자의 눈을 제대로 쳐다보지 못했다. 남자가 같이 들어가 주었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다. 그런 마음들 때문에 들어가라는 남자의 말에도 조금 망설이는 영수였다. "같이..," "같이 들어가는 건 안됩니다. 이사님 지시예요."...
"예?" 영수는 좀 커진 눈을하고는 믿을 수 없다는듯이 재차 물었다. 하지만 그 남자는 다가오는 이사회 미팅시간을 맞추기에 촉박했기때문에 영수의 혼란한 머리속을 생각지도 않은채 재촉했다. "시간 없습니다. 어서 탈의하세요." 영수는 그 남자의 재촉에 조금 혼란스러운채로 처음보는 남자의 앞에서 옷을벗기 시작했다. 그걸본 남자도 이내 영수앞에서 옷을 하나하나 ...
+ 尹 永 愁 (윤영수) 다스릴 윤, 길다 영, 드리울 수 李 儇 殸 (이현성) 오얏 이(리), 영리할 현, 소리 성 - 영수의 반지하 단칸방에서는 먹구름한점 조차 보이지않는다. 마치 영수의 삶처럼, 하늘 한번 바라보지 못하는 영수의 눈처럼.
영수는 그 거대하고 어두운 건물안으로 들어갔다. 건물은 온통 유리로 뒤덮혀 있었지만 유리의 투명함과는 모순되게 불투명한 직원들의 표정이 영수를 조금 긴장하게 만들었다. 영수를 별종처럼 바라보는 직원들의 시선, 그리고 직원들의 말끔한 정장과는 비교되는 영수의 꼬질꼬질한 작업복이 영수를 더, 움츠리게 만들었다. 그때 한 말끔한 남성이 영수에게 천천히 다가왔다....
영수는 그렇게 현성과의 만남뒤 뒤숭숭한 마음으로 동생들에게 달려갔다. 동생들은 매일 목빠지게 기다리는 영수를 신나게 맞이해 주었다. 영수는 그렇게 또 하루를 끝내었다. 다음날 새벽은 먹구름이 짙게 낀 하늘에 새벽햇빛이 모두 가려져 가뜩이나 햇빛 없는 반지하에 휘몰아치는 어두움을 선사했다. 곤히 자는 동생들 사이에서 잠을 떼어낸 영수는 조그마한 창틈사이로 새...
소설책보다 만화가 좋은 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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